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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운동의 현장에서 만난 평생 동지”
대한민국 정치권에서 ‘노동운동 출신’ 정치인을 언급할 때 빠지지 않는 인물이 바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입니다. 그런데 그 뒤에는 같은 현장에서 투쟁하고 사랑하며 인생을 함께 해온 한 여성이 있습니다. 바로 김문수 전 지사의 배우자, 설난영 여사입니다. 그녀는 단순한 내조자가 아니라, 김문수와 마찬가지로 당대 가장 치열한 노동운동의 현장을 누빈 투사이자 지도자였습니다.
설난영 여사는 전라남도 고흥군 도양읍 시산도에서 태어나, 인근 순천시 별량면에서 자랐습니다. 학창시절은 순천여자고등학교에서 보냈으며, 졸업 후에는 더 큰 세상을 향해 서울로 상경하게 됩니다.
서울에 올라온 설 여사는 단순한 생계 노동자가 아닌, 노동자의 권익을 외치며 투쟁하는 활동가로 자신의 길을 열어가기 시작합니다. 그녀는 서울 구로공단에서 일하며, 급기야 세진전자 노동조합 위원장이라는 자리에 오릅니다. 남성 중심의 투쟁 현장에서 여성이 노조위원장이 되는 일은 지금도 드문 일이지만, 당시 1970년대 말에는 더욱 드문 일이었습니다.
설난영 여사는 노동 현장에서 같은 이상을 품고 싸웠던 동지 김문수를 처음 만났습니다. 당시 김문수는 한일도루코 노동조합의 위원장을 맡고 있었고, 설 여사는 세진전자 노조위원장으로 활약하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김문수의 첫 인상에 대해 이렇게 회상합니다.
“경상북도 영천군 시골에서 올라온 촌놈 같았어요. 그런데 파란 작업복이 참 어울렸고, 순수하고 착해 보였죠. 겉모습은 꾸미지 않고 소박했지만, 세상에 물들지 않은 깨끗하고 신선한 느낌을 받았어요.”
단순한 외모나 말솜씨가 아닌, 순수한 신념과 인간적인 따뜻함이 그녀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두 사람은 뜨거운 노동운동의 한복판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신뢰하며 사랑에 빠졌습니다. 그들의 만남은 ‘운명적’이라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설난영 여사와 김문수 전 지사는 노동운동을 함께하며 결혼에 골인했고, 이후 김문수가 정치에 입문하면서 그녀는 조용히 그의 뒤에서 내조를 이어왔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정치인의 부인’이 아니라, 그녀 스스로도 노동운동의 선배이자 상징적인 여성 리더였습니다.
그녀의 삶은 남편의 그림자에만 있지 않았습니다. 시대가 요구한 정의와 권리, 평등을 외치던 실천가였고, 여성이 노동운동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존재이기도 했습니다.
설난영 여사는 언론에 자주 노출되는 인물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녀의 존재는 김문수라는 정치인과 인격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준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녀는 투쟁과 사랑, 이상과 현실을 모두 경험한 여성으로, 한국 사회에서 보기 드문 서사를 지닌 인물입니다. 시대를 함께 걷고, 현장을 함께 지킨 부부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단지 ‘정치인의 아내’가 아니라 한 명의 치열하게 살았던 사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 노동운동의 가장 뜨거운 현장에서 사랑을 피운 설난영 여사. 그녀의 삶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울림이 있습니다.